“인생이라는 여정은 결코 순조롭거나 순탄하지 않다. 도리어 악몽과도 같은 어려움투성이다.”
후쿠시마 현 출신의 역사학자이자 평화주의자인 카니치 아사카와 (1873-1948)의 말이다.
전례 없는 강도로 참혹하고 막대한 피해를 남긴 3.11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3개월이 지났다. 확인된 사망자수는 15,000여 명, 실종자도 7,500명에 달한다. 희생자 모두는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자식, 친척 혹은 친구였다. 모두 둘도 없이 소중한 사람이었다.
불교도로서 나는 그들의 평화로운 영면(永眠)과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행복을 진심을 다해 기원하고 있다. 또한 구조활동과 복구노력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기원을 보내고 있다.
아직도 대피소와 임시주거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이 11만명에 이르는 등 피해규모는 막대하다. 보다 집중적이고 효율적인 공식재해지원이 매우 긴급하다.
형언할 수 없는 어려움과 싸우고 있는 수많은 분들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사랑하는 이들과 생활터전을 잃은 고통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끊임없이 쏟아지는 후쿠시마 원전관련 문제, 경제불황의 위협, 유언비어의 난무, 그리고 복구과정의 어려움으로 인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절대로 패배감에 빠져서는 안 된다. 국제법 전문가인 난다 박사는 다음과 같이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이야말로 마음을,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굳게 다져야 할 때입니다.”
불전(佛典)에서는 “곳간의 재(財)보다도 몸의 재(財)가 뛰어나고, 몸의 재(財)보다 마음의 재가 제일(第一)이로다” 라고 가르친다. 자비와 용기 그리고 희망과 같은 고결한 인간의 정신성보다 더 위대한 재산은 없다. 그 어떤 비극적 사고나 재앙도 그러한 마음의 보물을 앗아갈 수는 없다.
지진과 쓰나미는 모두를 경악시킨 잔인한 대참사였지만, 나는 그 속에서 피어 오르는 희망의 싹 세 가지를 발견했다.
첫째, 지역을 비롯해 국제적 차원으로 넓혀지는 인간의 연대감이다. 대지진 발생 직후 즉시 전 세계에서 일본으로 보내온 신속한 구호의 손길을 우리는 결코 잊을 수 없다. 일본 국민들은 진심으로 깊이 감사하고 있다.
또한, 재해지역에서는 새롭고 견고해진 협동정신이 눈에 띈다. 재난의 어려움에 맞서 함께 일어설 때, 서로 아끼고 보살피는 존귀한 인간공동체가 탄생한다. 그 누구도 홀로 고통 받게 해서는 안 된다.
두 번째 희망의 조짐은 피해지역 사람들의 불굴의 용기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타인을 위해 힘쓰는 이타적인 행동이 전하는 감동을 말로는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이와테현 카마이시 출신의 한 여성이 이웃주민들의 목숨을 구한 이야기를 들었다. 거친 파도가 아파트 2층을 휩쓸었을 때, 그녀는 한 손으로 에어컨 장치를 부여잡고, 아기를 안고 있는 남성이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자신의 허리로 그를 벽에 고정시키는 한편, 다른 손으로는 또 다른 남성의 옷깃을 꽉 쥔 채 필사적으로 버텼다. ‘설사 팔이 떨어져 나간다 해도 그들을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였다고 한다.
이와 같이 가족과 벗, 집과 재산을 모두 잃는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괴로움에도 굴하지 않고, 지역사회 복구를 위해 쉴 새 없이 노고하는 이름없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불전(佛典)에는 “남을 위해 불을 밝히면 내 앞이 밝아지는 것과 같다.” 라고 쓰여있다. 타인을 위해 행동할 때, 자신의 괴로움은 오히려 앞으로 전진하는 원동력으로 탈바꿈한다. 그리고 자신은 물론 타인을 위해 새로운 내일을 비추는 희망의 불꽃이 피어난다.
세 번째 희망의 조짐은 행동하는 청년의 정열과 힘이다.
내가 아는 미야기현 이시노마키 출신의 한 청년은 쓰나미에 휩쓸려갔지만, 밤새 차디찬 물위로 소나무를 동여 잡고 간신히 목숨을 구했다. 배관공이던 청년은 가게도 집도 모두 잃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참담한 절망의 무게 앞에 무릎 꿇지 않고, 필수서비스 복구를 위해 도시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그리고 쑥대밭으로 변해버린 자신의 집터에 친구들과 함께 목재를 구해 “힘내라 이시노마키!”라는 간판을 설치했다. 이 간판은 이시노마키 부흥의 정신을 상징하게 되었다.
청년! 젊음 그 자체가 희망을 상징한다. 아무리 어두워도 청년이 일어서는 곳에는 반드시 태양이 떠오른다.
아직도 완전 복구의 길은 멀기만 하다. 그러나 이렇게 용감한 청년들이 있기에 우리는 계속 전진할 것이다. 피해지역의 재건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갈 것이다.
비록 사소해 보이는 한 걸음일지라도, 그 한 걸음 한 걸음은 반드시 희망의 씨앗이 되고, 반드시 차곡차곡 마음의 재보로 쌓일 것이다.
2011년 6월 28일 저팬타임즈 기고